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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8일 토요일

[야설 ] 강간범의 변명 - 17부



[야설 ] 강간범의 변명 - 17부
사람들은 밤 11시가 넘어서야 지겨운 술자리를 파하고 모두 돌아갔다.

나는 여기 저기 널려 있는 빈 술병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게 다 몇 병이야? 발렌타인 30년산이 3병에 로얄 샬루트 21년산이 두 개. 그리고 소주 네 병에 맥주가...... 이것들이 하라는 정치는 안 하고 날마다 술만 마셨나? 전부 다 술귀신들이구나.’

손님들이 다 가고 나자 국장도 술이 취하는지 거실에 홀로 앉아 평소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이며 횡설수설했다. 그러다 나를 보더니 대뜸 불렀다.

“야! 강철수. 이 자식. 여기 앉아봐.”

“예. 국장님.”

내가 그의 맞은 편에 앉자 그가 정희를 불렀다.

“여보. 여기 술 좀 더 가져와.”

“많이 취했는데......”

정희가 그러면서도 맥주를 두 병 가져왔다.

나는 그녀의 그런 행동이 다 국장을 빨리 잠들게 한 뒤 우리 둘만 남아 즐기기 위한 거라고 혼자 좋을 대로 생각해 버렸다.

“국장님. 제가 한 잔 따르겠습니다.”

“좋아.”

국장이 잔을 내밀자 나는 맥주잔 가득 술을 부었다.

벌컥-

국장이 단번에 맥주를 한 잔 마시더니 내게 묻는다.

“너도 한 잔 할래?”

“아닙니다. 아직 할 일이 남았고 차를 가져와서 음주운전은 곤란할 것 같습니다.”

“그래. 음주운전은 하면 안 되지. 그럼. 안 되고 말고.”

“국장님 한 잔 더 하십시오. 국장님은 정말 술이 세신 거 같아요.”

내가 술이 세다고 치켜 주자 국장이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트림을 길게 했다.

끄으윽-

“내가 한 술 하지. 한 잔 또 따라봐.”

“예 국장님.”

나는 속으로 신이 나서 그에게 술을 가득 부었다.

벌컥- 벌컥-

그렇게 맥주를 몇 잔 마시다 국장의 두 눈이 점점 작아졌다.

“내가 말이야. 지 놈들이 좋아서 그런 줄 알면 절대로 오산이지. 암. 쓰레기 같은 것들. 다 이 사회에서 몰아내 청소해 버려야 나라가 살기 좋아질 텐데. 암.”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지만 욕을 한참이나 해대다 그가 옆으로 픽, 쓰러졌다.

“국장님.”

국장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몸을 가볍게 흔들어 보았다. 하지만 이미 잠에 빠진 그가 대답할 리 없었다.

나는 그를 들어 침대에 옮기려다 이내 마음을 바꾸고 그를 그 자리에서 몸만 틀어 눕게 했다.

“침대에 눕혀요.”

어느새 다가온 정희가 내 곁에서 그렇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흔들고 그녀의 몸을 끌어안았다.

‘......!’

남편의 바로 옆에서 내가 자기를 끌어안자 정희가 놀라 나를 밀어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밀어낸 힘보다 더욱 강하게 그녀를 끌어안고 그 즉시 키스를 퍼부었다.

쭉쭉쭉-

그녀는 빼려 하고 나는 더욱 달라붙어 키스를 하니 공기가 새어나오며 이상한 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내가 하도 강하게 나오자 정희는 어쩔 수 없어 반항을 멈추고 가만있었다.

쭉쭉-

욕심껏 입술을 빨고 내 주자 정희가 내 가슴을 치며 눈짓으로 국장을 침대에 눕히라고 다시 채근했다.

나는 고개를 흔들며 그녀를 안고 안방으로 갔다.

그녀를 침대에 눕히며 손을 원피스 사이로 집어넣자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남편 깨면 어쩌려고. 어서 남편을 침대로 옮겨요. 그러고 나서 깊이 잠들면 해. 응?”

“아. 싫어.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란 말야? 지금 당장 하고 싶어. 그리고 국장님 지금 깊이 잠들었으니까 절대로 안 깰 거야. 걱정 마.”

술에 만취해서 잠든 사람이 바로 깰 리가 없다는 사실을 그녀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내 말에 더 이상 앙탈을 부리지 않았다.

그녀가 가만있자 나는 얼른 팬티를 끌어내 벗겼다.

킁킁-

팬티를 뒤집고 보지에 닿은 부분을 내가 냄새 맡자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팬티를 내 손에서 뺏어 저 멀리 내던졌다.

내가 원피스 치맛자락을 뒤집어 보지를 노출시키고 손을 더욱 깊이 밀어 넣어 브래지어를 잡자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호소했다.

“이건 내가 풀 테니까 한 번만 보고 와. 남편 깊이 자는 지 한 번만 확인 해줘. 응?”

“알았어.”

내가 바지의 혁대를 풀며 밖으로 나가 국장의 기색을 살폈다.

드르릉-

국장은 어느새 코까지 골며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나는 다시 안방으로 들어와 아랫도리만 벗은 뒤 그녀에게 다가갔다.

“들어봐. 국장님 코고는 소리. 들리지?”

“응.”

“괜찮을 거야. 걱정 마.”

“그럼 빨리 해.”

이제 정희가 나를 재촉하자 나는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까끌거리는 보짓털을 코로 문지르다 이내 입술을 보지에 붙이고 혀를 내밀어 껍질을 핥았다.

“아아.”

정희의 신음소릴 들으며 혀를 껍질 속으로 밀어 넣는데 어느새 속살이 촉촉이 젖어 혀가 미는 대로 부드럽게 미끌거렸다.

후르릅- 후릅-

나는 보지 안까지 혀로 헤집으며 입안으로 들어오는 물기는 모조리 빨아들여 삼켰다.

“하악. 빨리. 빨리 해.”

정희가 다급하게 속삭이자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진작부터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 난 자지를 그녀의 보지에 갖다 댔다.

두 손으로 정희의 엉덩이를 잡고 자지를 밀자 귀두가 아까 했던 것처럼 힘겹게 입구를 뚫고 들어갔다.

“아으. 역시.”

귀두를 조여 오는 근육들의 아우성을 느끼며 내가 마음껏 포식자의 신음소릴 냈다.

“아아.”

정희도 내 귀두를 수용하더니 깊은 탄식소릴 냈다.

내가 귀두를 조금씩 움직이며 정희의 몸을 덮었다. 체중을 싣고 그녀의 몸을 한 번 누른 뒤 상체를 조금 세우고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나 지금 너무 좋은데. 정희씬 어때?”

내가 묻자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만큼 좋을까?”

“몰라. 아아. 몰라.”

자지가 점점 더 깊이 박히자 정희가 괴로운 듯 고개를 흔들다가 내 등을 꽉 끌어당겼다.

“아. 철수씨. 빨리 해 봐. 빨리.”

그녀가 흥분이 돼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남편이 깰 까봐 조바심이 나서 그런 것인지 잘 알 수가 없었지만 나도 더 이상 미룰 상황이 아니었다. 자지를 감싸오는 정희의 보지를 마음껏 느껴보고 싶었다.

퍽퍽퍽퍽퍽-

자지를 힘차게 움직이자 기다렸다는 듯 정희가 보지로 자지를 꽉 조여 왔다.

“아아. 너무 조인다. 또 쌀 거 같아.”

아직은 참을 만 했지만 일부러 그렇게 말해보았다.

그러자 정희가 내 등을 더욱 세게 끌어당기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철수씨. 조금만 더 해. 나 정말. 이렇게 만들어 놓고. 조금만 더.”

앙탈하듯, 애교를 부리듯 그녀가 더 해 달라고 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코를 가볍게 깨물었다.

“알았어. 참아 볼게. 하지만 정희 보지가 너무 내 자질 조여서 미치겠어. 정희 보지는 다른 사람하고 많이 달라. 남자가 미친다니까. 국장님은 오래 해줘?”

“아니. 남편은...... 못 해. 아아. 철수씨. 더 해봐. 빨리. 나 미치겠어.”

“알았어.”

내가 자지를 힘차게 움직였다.

퍽퍽퍽퍽퍽퍽-

자지를 절반쯤 정희의 보지에 넣고 삼십 번 정도 반복하다 끝까지 들어가도록 강하게 찔렀다.

“아흑!”

자지가 보지에 깊이 박힐 때마다 정희가 몸을 움찔, 떨며 자기도 모르게 신음소릴 크게 냈다.

내 힘찬 공격을 받으면서도 그녀의 보지는 여전히 내 귀두를 꽉꽉 물고 늘어져 낮에 한 번 정액을 뺐지만 이번에도 아주 오래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번엔 같이 가보자.’

퍽퍽퍽퍽퍽-

“아아아!”

삼십 번 반복하고 깊게 한 번, 이렇게 다섯 번 정도를 쉬지 않고 움직이자 사정기미가 올라왔다. 흥분한 것은 나뿐 만이 아닌 듯 정희의 입에서도 흥분을 참지 못하고 토해내는 신음소리가 연이어 흘러나왔고 내 자지에도 뭔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고 내가 자지를 약간 뺀 뒤 손을 아래로 뻗어 자지를 한 번 훑어 내렸다.

‘......!’

놀랄 만큼 많은 양의 애액이 손에 묻어 나온 것을 보고 나는 정희가 나 이상으로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상체를 숙여 그녀의 얼굴에 내 얼굴을 바짝 붙였다. 그리고 애액이 잔뜩 묻은 손가락을 그녀의 입에 가져갔다.

“정희 보지에서 나온 거야. 이렇게 많이 흥분한 거야?”

“아.”

정희가 놀란 표정으로 입을 벌리자 나는 입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정희 거야. 빨아봐.”

그러자 그녀가 내 손가락을 조금씩 빨아들였다.

‘......!’

손가락에 혀와 입술이 닿는 감촉 또한 신선하고 감미로웠다.

정희가 손가락에 묻은 자신의 애액을 깨끗하게 빨아내자 나는 손가락을 빼고 대신 입술을 붙였다.

내 혀가 나가자 이번엔 정희가 내 혀를 자신의 입 안에 넣고 적극적으로 빨았다.

쪽쪽-

내가 최대한 침이 많이 고이게 해서 혀를 통해 흘려보내자 그녀는 그것을 모두 빨아마셨다.

그렇게 감미로운 키스를 나누다보니 사정의 욕구가 조금 가라앉았다. 그러자 나는 다시 자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퍽-퍽-퍽-퍽-

천천히 움직이자 역시 정희의 보지가 자지를 문어흡반처럼 조여 온다.

“정말 좋다. 어쩌면 이렇게 자지를 꽉 조일 수 있지?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지?”

내가 정희의 귓불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묻자 그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어. 철수씨가 날 그렇게 만들고 있어. 아아. 나 왜 이럴까? 거기가 뜨거워서 미칠 거 같아.”

나는 입술을 정희의 입술에 붙인 채 자지의 움직임을 점점 더 빠르고 강하게 했다.

퍽퍽퍽퍽퍽퍽-

“으응.”

정희가 신음소릴 내더니 내 입술을 덥석 물고 힘껏 빨았다. 나는 입술을 빨린 채 본격적으로 좆질을 가하기 시작했다.

퍽퍽퍽퍽퍽퍽-

질꺽 질꺽 질꺽 질꺽-

내 자지는 정상인보다 크고 정희의 보지는 정상인보다 작다. 그래서 자지가 보지를 드나들 땐 한 치의 틈도 없어 보이는데, 그녀가 흘리고 있는 애액으로 인해 음란하고도 기묘한 소성이 끊임없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2분 정도 쉴 새 없이 자지를 움직이자 조금 전보다 더욱 강한 사정욕구가 몰려왔다.

‘조금만 더 참아야 하는데.’

정희의 움직임으로 보아 곧 절정에 이를 것 같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자지를 최대한 깊이 찔러 넣고 손을 그녀의 등으로 가져가 원피스 자크를 내렸다. 원피스를 어깨에서부터 아랫배까지 내리는데 정희는 내 행동을 도우면서도 여전이 내 입술을 놔주지 않고 빨아대고 있었다.

잠시 후 정희가 내 입술을 놔주자 나는 두 손을 뻗어 그녀의 탐스럽게 솟은 유방을 마음껏 주물렀다. 그러다 부풀어 오른 젖꼭지 하나를 입에 물고 힘껏 빨아들였다.

“아아. 미치겠어. 너무. 아아.”

그녀의 머릿속에 남편은 저 멀리 사라진 것 같았다. 점점 신음소리가 커지더니 지금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거실에까지도 들릴 만큼 커져있었다.

나는 한 번 힘껏 빨아들인 젖꼭지를 이제 살살 혀로 굴리며 거실의 동정을 살폈다.

‘......!’

아직 국장의 코고는 소리가 일정하게 들리는 것으로 보아 깊은 잠에 빠진 것 같다.

한 쪽 젖꼭지를 집요하게 빨다 다른 쪽으로 옮겨 새로운 꼭지를 혀로 굴렸다.

순간, 이제까지보다 더욱 강하게 정희의 보지가 내 자지를 꽉 조여 왔다.

“아아. 나. 도저히 못 참겠어. 철수씨. 빨리. 빨리 해봐.”

내가 꼭지를 입에서 뱉어내고 말했다.

“나. 너무 흥분이 돼서 지금 움직이면 쌀 거 같아. 나도 한계라고.”

그러자 정희가 내 몸을 부여잡고 하소연했다.

“아아. 해. 해 봐. 빨리 해 봐. 나 미칠 거 같아. 철수씨. 제발.”

“알았어. 나 싼다. 싸도 되지?”

나도 잔뜩 흥분해서 더 이상 참지 못할 것 같았다. 평소에 비하면 너무나 짧은 시간인데 정희의 보지가 쉬지 않고 움직이며 나를 가만 두지 않고 사정할 정도까지 몰아갔던 것이다.

“어서. 어서 싸줘.”정희가 정신을 못 차리고 흥분하자 나도 덩달아 흥분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퍽퍽퍽퍽퍽퍽-

자지를 지금까지 했던 좆질 중 가장 빠르고 강하게 움직이며 마지막 피치를 올렸다.

“아아! 엄마. 나 어떡해. 아아. 엄마 나 미치겠어.”“으으으으!”

정희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절정에 올라가자 그 모습을 보는 나도 억눌린 신음소릴 뱉어냈다. 자지를 움직일 때마다 마치 공격 당한 만큼 돌려주겠다는 듯 정희의 보지가 귀두를 조여 오는데 도저히 더 이상 자제할 능력을 잃어버렸다.

“으으. 정희야. 나 도저히 못 참겠어. 나온다.”

내가 이를 악물며 말하자 정희가 내 등을 강한 힘으로 끌어당기며 헐떡였다.

“어서. 어서 해. 아아 철수씨.”

“으으으.”

나는 이제 그 동안 참고 참았던 정액이 곧 출발하려는 것을 감지했다. 순간, 마지막 좆질을 가하며 머리끝까지 치고 올라오는 쾌감에 마음껏 소리를 질러버렸다.

퍽퍽퍽퍽-

“아아. 나온다. 나와.”

쿨럭-

“으으.”

첫 번째 정액을 쏟아내려고 귀두가 크게 한 번 약동하자 그에 호응하며 정희의 보지가 내 귀두를 꽉 물었다.

다른 여자와의 섹스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쾌감이 몰려왔다.

나는 조이는 그 느낌을 맛보기 위해 더욱 크게 귀두를 부풀리며 본격적으로 사정을 시작했다.

쿨럭- 쿨럭- 쿨럭-

귀두가 사정할 때마다 부풀어 오르자 정희가 갑자기 방안을 가득 울릴 정도로 큰 신음소릴 내며 내 등을 아플 정도로 힘껏 끌어당겼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보지가 내 자지를 지금까지보다 더욱 강하게 물고 조였다.

“아아아!”

그녀가 완벽한 절정에 오른 것을 느끼며 사정을 하는 이 쾌감을 도대체 어디에다 비교할 수 있을까? 정말 지금 이 자리에서 죽는 게 가장 행복한 죽음일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사람은 동시에 오르가즘을 맛보고 있었다.



그토록 온 방을 뒤집던 격랑이 잠시 후 조용해졌다.

‘......!’

드르릉-

거친 풍랑이 잠잠해지자 거실에서 흘러나오는 국장의 코고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내가 고개를 숙여 혀로 정희의 입술 두 쪽을 번갈아가며 부드럽게 핥아주었다.

정희가 입을 벌리자 혀를 입술 사이로 살짝 집어넣었다. 그러자 그녀가 내 혀를 빨았다. 내가 침을 모아 혀끝으로 흘려보내자 그녀는 갈증 난 사람처럼 내 혀를 빨며 침을 모두 깨끗하게 삼켰다.

그 뒤로도 우리 두 사람은 각자의 혀로 상대의 입술과 입안 전체를 애무하며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키스를 나누고 입술을 뗐다.

“사랑해.”

내가 그녀를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단 기간에 많은 여잘 만났지만 정희처럼 내 마음을 울리는 여잔 처음이었다. 이 마음이 사랑인 줄은 잘 모르겠지만 곧 세상을 떠날 나로서는 이런 내 느낌을 숨김없이 전하고 싶었다.

“철수씨.”

정희가 나를 올려다보는데 그 눈빛이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했다. 아마 그녀는 나처럼 단순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힘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를 향한 그녀의 눈빛에서 나는 뭔가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됐다. 더 이상 뭘 바라겠냐?’

그때 거실에서 국장의 코고는 소리가 크게 들리다 갑자기 뚝, 끊겼다.

사방이 고요한 정적에 휩싸이자 나는 자지를 그녀의 보지에서 천천히 뺐다.

정희가 몸을 움찔, 떨자 나는 그녀의 입술에 다시 한 번 가볍게 키스를 한 뒤 몸을 일으켰다.

‘......!’

자지에 뚝뚝 흘러내릴 정도로 많은 애액이 묻어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정희에게 빨게 하고 싶었지만 거실의 상황이 염려되어 나는 얼른 거실로 나가 국장부터 살폈다.

국장은 입을 크게 벌리며 잠시 숨을 멈추는 듯 보이다가 이내 숨을 편안하게 고르며 다시 규칙적인 코골이에 들어갔다.

드르릉- 드르릉-

안심이 된 나는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때 정희는 이미 원피스를 모두 원위치 시키고 브라와 팬티를 찾아 손에 들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그녀가 나를 보고 울상을 지었다.

“어쩌지?”

“왜?”

그녀가 침대를 가리킨다.

“너무 많이 묻어버렸어.”

내가 보니 마치 누가 오줌이라도 싸 놓은 듯, 침대 한 가운데가 엄청나게 젖어 있었다.

나는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정희씨. 다음엔 기저귀 채워야겠네.”

“몰라.”

정희가 다가와 내 가슴을 주먹으로 가볍게 때린다.

나는 옷을 챙겨 입고 침대 시트를 걷어냈다.

“어디에 둘까?”

“세탁기에 넣어 두면 돼.”

내가 시트를 세탁기에 집어넣고 오자 그녀가 발그레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시간도 늦었는데 이제 그만 가요.”

“내가 안 도와줘도 되겠어?”

“이대로 두고 내일 도우미 오면 부탁하지 뭐.”

“그러는 게 좋겠네. 나도 무척 피곤하다.”

내가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나중에 전화해도 되지?”

내 말에 그녀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의 입술에 다시 한 번 입 맞추고 국장의 집을 나왔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자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아랫배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오늘은 어제처럼 통증도 없고 아무런 증상도 느끼지 못하자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참. 무슨 조화인지 알 수가 없구나.’

어쨌든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아침을 먹고 시청으로 출근했다.

아프지 않아서인지 오늘은 업무를 보는데 집중도 잘 되고 능률도 올라 어제 국장집에 가느라 미뤄놓았던 일까지 싹 다 해치워버렸다.

오전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자 갑자기 정희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그토록 아름다운 여자가 내 밑에 깔려 울부짖던 모습이 떠오르자 또 자지가 불끈 솟아오른다.

‘내가 왜 이럴까? 어차피 세상을 떠날 놈이 여자에게 깊은 정을 주면 안 되는 건데...... 하지만 보고 싶은 걸 어쩌냐. 전화 한 번 해 봐?’

항상 그랬지만 갈등하다 유혹에 진 나는 정희에게 문자라도 하고 싶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때 먼저 내게 문자가 왔다.

‘인혜잖아?’

발신자를 확인하고 인혜가 있는 쪽을 보자 그녀는 시치미를 뚝 떼고 반대쪽만 보고 있었다.

(오늘 점심 때 좀 봐)

정희 생각에 가득 차 있던 나는 짜증이 났지만 인혜를 무시할 수는 없어 즉시 답글을 보냈다.

(식사나 하자)

(점심 때 유정식당에서 봐)

(알았다)

휴대폰을 닫고 인혜를 다시 보자 그제야 그녀가 나를 쳐다보고 눈을 맞춘다. 그것도 잠시, 곧바로 시선을 자기 컴퓨터로 돌리는 그녀를 보고 나는 속으로 한 마디 해 주었다.

‘이 내숭쟁이. 하여간 까칠한 성격 하난 알아줘야 한다니까.’



점심시간에 먼저 시청을 나온 나는 약속장소에 가서 인혜를 기다렸다.

잠시 후 식당 문을 열고 인혜가 들어오자 나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녀가 맞은 편에 앉자 내가 물었다.

“뭐 먹을래?”

“별 생각 없어.”

“그래도 때 되면 먹어야지.”

“철수씬 잘도 밥이 들어가지?”

인혜가 작은 눈에 독기를 품고 나를 보자 나는 속으로 움찔, 했다. 그러다 뒤이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뭘 어쨌다고?”

“날 그렇게 해 놓고 한 마디 사과도 없어?”

“내가 인사하니까 콧방귀도 뀌지 않은 사람이 누군데.”

내가 강하게 나가자 인혜가 말문이 막힌 듯, 아니 기가 막힌 듯 입만 벌리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아우. 저 못생긴 얼굴 좀 봐라. 내가 어쩌자고 저런 못난이한테 끌려서 결혼까지 하려고 했을까?’

어제 최고의 미인 정희와 기가 막힌 섹스를 나눈 탓인지 인혜의 작은 눈과 낮은 코가 오늘따라 더 밉상으로 보였다.

인혜의 얼굴을 더 보기가 싫어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 tv를 보았다.

‘어? tv가 바뀌었네?’

단골로 다니는 식당이라 내부구조와 집기 등을 훤히 꿰고 있는데 전에 낡고 작은 tv에서 큰 평면 tv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tv에서는 한창 뉴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사상자는 이만 명에 달하고 재산피해는......]

뉴스 진행자가 이웃나라에 발생한 지진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보고 나는 그 사람들에 비하면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아무런 예상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저렇게 갑자기 지진으로 생명을 잃는다면 너무 허망할 것 같았다.


‘나는 그나마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섹스 마음껏 하고 있는 중이니까 저 사람들보단 행복하다고 해야겠지?’

내가 tv에서 막 시선을 돌리려는데 지진에 이어 다른 내용이 흘러나왔다.

[다음은 병원 오진에 관한 보도입니다. 지금부터 보름 전, 시청 근처에 있는 내과병원에서 발생한 사고인데요. 장내시경을 받던 두 사람의 진료기록과 자료가 바뀌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

예감이 이상해 나는 tv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동명이인으로 강철수란 이름을 갖고 있었는데요......]

강철수란 이름이 나오자 내 가슴은 돌에 맞은 듯 강한 충격을 받고 말았다.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진행자의 얼굴을 보자 인혜도 내 얼굴을 보다가 몸을 돌려 tv를 시청했다.

[이 두 사람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데다 나이도 이십 대 후반으로 비슷했고 또 비슷한 시간에 장 내시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만 두 사람의 차트가 바뀌고 만 것입니다. 일이 밝혀진 경위를 보자면... 지금부터 3일 전 한 명의 강철수씨가 많은 양의 하혈을 하고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는데 진단 결과 말기 대장암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강 씨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약 이 주 전에 시청 근처에 있는 대형내과병원에서 장 내시경을 했고 그 결과 가벼운 치질이라고 의사가 진단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강 씨는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먹었는데 증세는 호전되지 않고 계속 더 심해지더니 급기야 3일 전 하혈을 하고 응급실에 실려 온 것입니다. 그래서 취재진이 내과병원에 가 본 결과 그 당시에 또 한 명의 강철수씨가 검사를 받았고 그 사람과의 진료차트가 바뀐 것을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그 또 하나의 강철수씨는 지금 연락에 되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휴대폰도 연락이 안 되고 집 주소도 차트에 적혀있지 않아 병원 측에서는 백방으로 찾고 있는 중이고 그래서 저희 뉴스팀에서도 한 명의 강철수씨를 찾기 위해 이렇게 실명을 공개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어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철수씨!”

인혜가 뒤따랐지만 나는 신경도 쓰지 않고 병원을 향해 뛰어갔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데 인혜가 악착같이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힘껏 달리다보니 병원까지는 금방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접수대에 서자 간호사가 한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지금 점심시간인데요.”

그녀는 내가 병원에 왔을 때 접수를 받은 그 간호사는 아니었다.

“나. 강철수라는 사람입니다. 지금 뉴스 보고 달려왔는데.”

“아! 강철수씨.”

간호사가 깜짝 놀라더니 반갑게 날 맞이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애타게 찾고 있었는데 이렇게 오셨네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지금 과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예. 과장님. 여기 그 강철수님이 오셨습니다. 예. 치질 환자분요.”

전화를 끊더니 그녀가 내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외부에서 식사중이시라 마치고 곧 오신답니다. 바쁘지 않으시면 저와 잠시 가셔서 기다리세요.”

“음.”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이며 간호사의 뒤를 따랐다. 그러다 내 곁에 선 인혜를 보고 말했다.

“인혜 너는 먼저 들어가라. 나는 조금 늦을 거 같으니까 네가 가서 처리 좀 해줘.”

“저기. 철수씨. 이게 어찌된 일이야?”

인혜가 매우 궁금해 하며 묻는데 나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주 심각한 일이다. 오늘 여기서 일 보고 말해 줄 테니까 넌 가서 기다려.”

내 안색을 보고 인혜는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알았어. 일 잘 보고 들어와. 기다릴게.”

인혜가 내 손을 한 번 꾹 잡아주고 병원을 나갔다.

간호사는 나를 데리고 내가 전에 진찰을 받았던 3내과로 들어갔다.

“과장님이 여기서 기다리시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차 한 잔 내올게요.”

더할 수 없이 상냥한 목소리로 간호사가 말하는 것을 보고 나는 조금 거만한 자세로 고개만 끄덕였다. 지금 간호사가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것을 보면 분명 병원에서 큰 실수를 했고 그래서 나는 지금보다 더 세게 나가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간호사가 내온 차를 다 마시기도 전에 의사가 황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강철수씨.”

전에 나를 진찰했던 그 중후하고 잘 생긴 의사였는데 나를 보더니 그가 다짜고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엉겁결에 내가 손을 내밀자 그가 내 손을 힘차게 잡고 흔들더니 곧 자신의 의자로 가서 앉았다.

“혹시 뉴스 보고 오셨나요?”

그가 묻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나 지금 미치기 일보직전이니까 빨리 말하세요.”

내 굳은 얼굴 표정을 보고 그가 컴퓨터를 켜고 뭔가를 찾았다.

“여기 있네. 철수씨. 이 것 좀 보세요. 이게 바로 철수씨 대장 내시경사진입니다.”

그가 보여준 화면을 보니 대장 속을 촬영한 영상이었는데 의학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아주 깨끗하고 건강해 보였다.

“이게 내 대장이라구요? 그럼 저번에 대장암 말기라고 선생님이 보여준 것은요. 그때 나에게 했던 말 기억하시죠?”

“예. 잘 알죠. 젊은 나이에 그토록 심각한 대장암을 보기란 여간해서 드문 일이니까요.”

“그럼 저번에 보여준 것은 다른 강철수란 사람의 사진이었습니까?”

“예. 맞습니다. 우리 병원이 환자가 굉장히 많은 편이긴 해도 이런 의료사고는 개원한 이래 단 한 건도 없었는데 정말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이게 말로 끝날 일입니까?”

“아닙니다. 우리도 말로 끝낼 생각은 없고 이런 때를 대비해서 보험에 든 것도 있으니까 우리 실수가 있다면 그에 따른 보상을 할 겁니다. 하지만 돈으로 보상을 떠나 환자분에게 아픔을 준 것은 뭐라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미안한 일이라서 이렇게 사과를 하는 겁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말을 끝내자 바로 의자에서 일어나 의사가 내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아.”

나는 약간 놀랐다. 나보자 훨씬 나이도 많고 의사라는 높은 신분에 있는 사람이 내게 이렇게까지 공손하게 사과를 할 줄 몰랐던 것이다. 더구나 이 의사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도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체 상황이 어찌 된 겁니까?”

내가 묻자 그제야 그가 먼저 내게 물었다.

“그때 강철수란 이름이 호명되자 들어온 거죠?”

“예. 그때 좀 이상하다 생각 했었습니다. 전에 왔을 때는 30분 이상 기다렸다가 들어갔었는데 그땐 이상하게 내 이름을 빨리 부르더라구요. 그래서 혹시 다른 사람인가 싶어 바로 들어가지 않고 사방을 살폈다가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까지 하고 들어갔죠.”

“음. 그랬군요. 사실 그때 강철수씨가 들어와선 안 되는 거였습니다. 강철수씨 차례가 아니었거든요.”

“내 차례는 그 분 다음이었나요?”

“예. 암에 걸린 다른 강철수씨가 검사를 20분이나 일찍 받았으니까요.”

‘어쩐지. 이상하게 나를 일찍 부른다 싶었는데...’

“그런데 왜 그 분은 진찰을 안 받았습니까?”

“그 분 말을 들어보니까 하필 이름을 부르기 바로 전, 회사에서 중요한 전화가 걸려왔대요. 그때야 진단을 받기 전이었으니까 자신이 그런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것도 몰랐고 또 전화가 다니던 직장에서 진급을 앞두고 진행되는 중요한 프로젝트에 관한 건이라서 병원 밖으로 나가 심각하게 통화를 했었다고 그러더군요.”

“그럼 내가 진단을 받고 난 뒤 그 분이 들어왔고 그 분은......”

“예. 강철수씨와 바뀐 거죠.”

“난 정확하게 무슨 병입니까? 치질입니까?”

“예. 변비로 인한 치질인 걸로 보이고 수술을 할 건지는 조금 애매한 단계에 있습니다. 만약 채식을 위주로 하고 약을 꾸준하게 먹는다면 수술을 하지 않고 나을 수도 있고 여기서 더 심해지면 수술을 하면 되는 거죠.”

“한 마디로 별 거 아니란 말이죠?”

“예. 철수씨 대장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아마도 이런 깨끗한 장이라면 100살까지 장수를 누릴 수도 있을 겁니다.”

“허허.”

의사의 말을 듣자 나는 헛웃음을 웃다가 뒤이어 눈물을 흘렸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을 두 손으로 훔치자 의사가 내게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 동안 마음 고생이 심하셨죠?”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저요. 이 나이 먹도록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허튼 짓 안 하고 산 사람입니다. 먹을 거 안 먹고 입을 거 안 입으면서 그렇게 거지 같이 돈을 모으며 살았는데 말기암이라니... 그 말을 듣고 내가 요 이 주 동안 뭐하고 다닌 줄이나 아세요?”

“......!”

“선생님이 분명히 그러셨죠? 그 동안 여태까지 못 해 봤던 거 다 해보라고.”

“예. 제가 그랬던 거 기억합니다.”

“그래서요. 나 그 동안 모은 돈 다 써버렸습니다. 옷 사고 여행 다니고 또, 이런 말 부끄럽지만 다 해야겠습니다. 그 동안 돈 아까워서 마시지 못했던 술도 날마다 마셨더니 이제 알콜중독자가 된 느낌입니다. 그것뿐 아니라 돈 주고 여자를 사댄 통에 아마 성병이나 에이즈 걸렸는지도 몰라요. 이걸 다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인간 말종처럼 살아버린 날들을 다 어떻게 할 거냐구요.”

내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의사가 얼른 나에게 다가와 내 어깨를 쓰다듬었다.

“강철수씨.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자, 그럼 우선 성병 검사부터 합시다. 철저하게 다 검사해서 만약 조그마한 병이라도 있다면 우리가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약을 처방해 드릴 테니 치질도 고치시고. 또 그 동안 무작정 써버린 돈들도 우리가 다 맞춰서 보상해 드릴 테니 진정하세요. 사실 강철수씨는 죽었다가 살아났지만 다른 강철수씨는 아무 것도 아닌 줄 알았다가 지금 다 죽게 생겼으니 그 사람 마음은 또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우리 병원에서도 사실 억울한 점이 있습니다. 환자들이 많아서 이런 일이 있을 까봐 항상 확인을 하는 편인데 하필 그날따라 다른 강철수씨가 회사에서 온 전화를 받았죠. 원래 병원에서 휴대폰 사용은 금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지금 거기도 우리 입장에선 문제가 조금 있었어요. 강철수씨가 너무 건강해서 수면이 다른 사람보다 일찍 풀렸거든요. 아직 잠을 자고 있어야 할 사람이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는데 아마 그러고 나서 얼마 안 돼 바로 호명을 받았을 겁니다. 이런저런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서 이런 사고가 생긴 거니까 너무 우릴 나무라지만 마시고 좋게 해결합시다.”

의사가 이렇게까지 나오자 나도 더 이상 언성을 높일 수가 없었다. 아니, 사실을 말하자면 병원이 떠나가라 환호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기쁜 마음이 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것을 최대한 숨기고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선생님 말씀에 따를 테니까 잘 해결해 주세요.”

내가 순순히 승낙하자 의사도 기쁜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잘 생각했어요. 자 검사부터 받읍시다.”



검사를 받고 처방을 받아 약을 탄 뒤 병원 밖을 나왔다.

시청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다 문득 하늘이 보고 싶어 얼굴을 들었다.

‘......!’

겨울인데도 오늘따라 하늘은 눈이 부실 만큼 청명하고 깨끗했다.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살아 있다는 것, 생존하는 것이 이토록 아름답고 소중한 건지 전에는 정말 몰랐었다.

‘난 살았어. 난 살았다구. 난 살았어.’

속으로 되뇌다 이 모든 감정이 폭발해 나는 입 밖으로 마음껏 소리를 질렀다.

“난 살아 있다구! 야호!”

호랑이가 포효하듯 우렁찬 소리로 함성을 지르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지르는 내 모습이 꼭 미친 놈 같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두 손을 입에 모으고 다시 크게 소리 질렀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정말 감사하고 싶었다. 아마 내가 기독교인이라면 예수님에게 했을 것이고 불교신자라면 석가모니에게 감사를 표했을 것이다. 대상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땅바닥에 엎드려 오체투지하며 기쁨의 제사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조금 감정이 가라앉자 나는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주 전에 이곳에서는 말기암이란 사형선고를 받고 힘이 빠져 휴대폰까지 떨어뜨렸었다. 땅바닥에 박살이 나 흩어지는 휴대폰의 잔해를 보며 내 생명도 그렇게 될 거라며 절망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라도 짊어질 정도로 활력이 넘쳐 정말 사람의 마음이란 게 얼마나 중요하고 무서운 것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내 몸은 이 주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데 마음 먹기에 따라 몸도 이토록 달라지는구나.’



나는 세상을 다 얻은 듯, 활기에 찬 걸음으로 시청에 돌아갔다.



자리에 앉아 일을 보는데 인혜가 곁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철수씨. 나 좀 봐.”

내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보았다.

“병원에서 일은 잘 봤어?”

내게 순결을 빼앗긴 후 가장 부드럽게 나를 대하는 그녀를 보면서 약간 놀랐다. 여긴 직장이고 지금까지 그녀는 내게 직장에서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먼저 말을 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항상 내가 그녀에게 말을 걸거나 관심을 보이고 들이댔었다.

“응.”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하자 인혜가 내게 말했다.

“오늘 근무 끝나고 같이 얘기 좀 하자.”

“오늘?”

“응. 왜? 다른 약속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내가 잠시 망설이는데 옆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오빠!”

말소리가 난 쪽을 보니 수영이가 나를 보며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만 웃고 있을 뿐, 그녀의 눈은 인혜를 곁눈질하며 경계의 눈빛을 보이고 있는 것이 내 눈에 다 보였다.

“오빠.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왜?”

“아니. 오빠랑 밥이나 먹었으면 해서.”

‘이거 수영이 이 계집애까지 왜 그러는 거야? 그렇게 직장에서 티 내지 말라고 했건만.’

나는 속으로 뜨끔해서 수영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눈으로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이 아이 역시 인혜가 나에게 먼저 다가오는 것이 의외라고 생각해 불안했나보다. 내가 자신의 남친이라고 마치 인혜에게 시위라도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수영에게 말했다.

“인혜와 먼저 약속을 했으니까 수영이 넌 다음에 보자.”

순간 수영이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나와 인혜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그러자 인혜 역시 피하지 않고 수영의 얼굴을 쏘아보았다.

‘이것 참.’

두 여자가 나를 가운데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데 입장이 매우 난처해 이 자리를 빠져나가고 싶었다.

나는 두 여자에게서 얼굴을 돌리고 컴퓨터 자판을 탁탁, 세게 두들기며 업무를 시작했다. 내 행동이 자기들을 물러나게 하려는 것이라 느꼈는지 두 여자는 이내 내게서 멀어졌다.



퇴근 시간이 되어 사무실을 나서자 입구에서 인혜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군.’

나는 달라진 인혜의 자세에 속으로 놀라며 먼저 시청을 나섰다. 그녀가 내 뒤를 따라오자 나는 잠시 기다렸다 그녀와 함께 가까운 카페로 들어갔다.

녹차 두 잔을 시킨 뒤 우리 두 사람은 차가 나올 때까지 서로 침묵을 지켰다.

잠시 후 차가 테이블 위에 놓이자 나는 그것을 한 모금 마셨다.

‘어제 국장 집에서 정희와 마신 그 얼그레이 홍차에 비하면 이것은 차도 아니군.’

어느새 입만 고급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인혜가 말을 걸었다.

“철수씨. 병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뉴스 보니까 오진이라고 그러던데 철수씨한테 일어난 일 맞아?”

“응. 맞아.”

“답답해 죽겠어. 빨리 말 좀 해 봐.”

그러자 내가 인혜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인혜 너 이 주일 전에 내가 장내시경 한 거 알지?”

“응. 그때 장염이라고 그랬잖아?”

“그랬었지.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야.”

“그럼.”

“그때 대장암으로 진단 받았어. 그것도 말기대장암.”

“뭐라고?”

인혜가 놀라 두 눈을 크게 뜬다.

“암세포가 대장 가득 차서 수술도 못하고 그냥 몇 개월 후면 죽는다고 의사가 그러더라고.”

“......!”

인혜가 말도 못하고 입만 딱 벌린다.

“그렇게 돌아오는데 인혜 네가 그날 그랬지. 장염이냐고? 그래서 대답하기 귀찮아 그냥 그렇다고 얘기한 것뿐이야.”

“그래서 철수씨가 나에게 그런......”

“미안하게 됐다. 얼마 못 산다고 하니까 왠지 세상이 너무 허무하고 화가 나더라고. 의사는 내게 그 동안 못 해본 거 마음껏 하다 죽으라고 그러지, 그 동안 여자와 마음은 있었지만 손 한 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하고 착실하게 살았는데 막상 사형선고를 받으니까 앞에 아무 것도 안 보이더라고.”

“그런데 오늘 그게 오진이라고 밝혀진 거야?”

“응. 가벼운 치질이래. 참. 어이가 없어 지금 말도 안 나온다.”

인혜가 입술을 깨물며 잠시 생각하다 내게 말했다.

“철수씨. 사실대로 말해 줘. 수영이하고도 그런 거 했지?”

“......!”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혀 입을 열지 못했다. 아니라고 시치미를 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시인하기는 너무 뻔뻔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내 침묵이 사실을 시인한 것이라 생각했는지 인혜가 내 얼굴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철수씨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 어떻게 나하고 그런 일을 저지르고 나서 수영일 또 건드려.”

“그런 거 아니다.”

“그럼 뭐야? 나보다 수영이와 먼저 했단 말이야? 맞아. 그때 나에게는 휴가 받고 정식으로 발령받았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수영이는 이미 알고 있었어. 그랬구나. 나쁜 놈.”

인혜가 눈물을 흘리며 욕을 하자 나는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왔다.

“그래. 인혜 너보다 하루 먼저 수영이와 잤다. 이제 속 시원하냐? 넌 그 동안 나랑 사귀면서 한 번도 진지하게 내 생각해준 적 없었지. 내가 손 한 번만 잡으려 해도 온갖 생각 다하면서 빼고 마지 못해 만나준다는 식으로 대하고. 사실 그 동안 너랑 사귀면서 나 내색은 안 했지만 자존심 많이 상했었다. 그런데 수영이는 내게 그러지 않았어. 내가 무심하게 대해도 항상 날 밝은 표정으로 대하고 좋아해주고 그랬어.”

“그럼 그렇게 좋아해주는 수영이하고 계속 할 것이지 왜 또 날 건드려.”

“그건...”

갑자기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너하고는 그래도 오랫동안 사귄 사이잖아? 너하고 결혼까지도 생각하고 있었고. 사실 내가 여자하고 사귄 적이 이제껏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인혜 네가 유일한 내 여친이었지. 그날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처음에 없었다. 하지만 어찌하다보니 욕심이 생겨 끝까지 가버린 거야. 아무튼 그날 일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게 미안하다고 사과해서 될 일이야?”

“그럼 내가 어쩌라고?”

내가 짜증을 확 내자 인혜가 멈칫, 내 얼굴을 쳐다본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에게 말했다.

“나 지금 인혜 너 아니어도 너무 혼란스럽거든? 죽다가 오늘 살아난 사람한테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우리 일은 차분하게 다시 생각하도록 하자.”

내가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오자 인혜가 황급히 뒤를 따르며 나를 부른다.

“철수씨. 우리 얘기 좀 더 해.”

카페 문을 열고 나오는데 한 쪽에 수영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뭐야 이 녀석. 여태까지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내가 수영에게 다가가 물었다.

“수영아. 너 여기서 뭐해?”

“오빠 기다렸어.”

“왜.”

“그냥.”

어느새 인혜가 다가와서 수영에게 말했다.

“수영이 너 매너가 엉망이다. 철수씨가 너 다음에 보자고 했잖아? 그럼 그런 줄 알아야지.”

그러자 수영이 인혜를 노려보며 말한다.

“언니가 모르는 것이 있어서 알려주려고 기다렸어”

“내가 뭘 모르는데?”

“오빠는 나랑 사귀고 있어.”

수영이가 도전적인 눈빛으로 인혜에게 말하는데 그걸 보는 순간 나는 속으로 외쳤다.

‘이거. 정말 최악의 상황이 돼 버렸잖아? 좆 됐다.’

인혜가 코웃음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흥. 어린 게 못하는 소리가 없네. 너 그 동안 철수씨 꼬시려고 그렇게 알랑거리더니 어떻게 한 번 유혹에 성공한 모양인데, 그런다고 철수씨가 너랑 사귈 줄 아니? 웃기지도 않아.”

인혜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수영에게 말하자 수영이 나를 쳐다보았다.

“오빠.”

수영의 얼굴 표정을 보니 인혜에게 자기하고 사귄다는 말을 해달라는 거였는데 어찌할 수가 없어 나는 그만 크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야! 난 모르겠다. 수영이 너 인혜에게 내 사정 듣고 나중에 얘기하자. 지금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으니까 당분간 두 사람 내게 말도 걸지 말고 전화도 하지 마. 나. 간다.”

나는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얼른 두 여자에게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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